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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_1부

by 즤늬 2024. 10. 6.

10월, 일본 아타미에서

바다가 보이는 스파. 너무 좋아서 두번이나 갔다

전에 회고를 쓴 이후로 꽤나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2023년 회사가 달라진 이후로 처음인 듯 하다.

사실 2023년은 그다지 이 1년을 돌아보고 글로 작성할 것들이 마땅치 않아서 일기 형태로 쓰거나,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말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이 2024년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맥북을 켜게 됐다.

 

도쿄에서의 일, 그리고 생활

2024년 2월, 회사에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발령지는 일본 도쿄였는데, 일본과 관련된 학과를 나왔음에도 며칠 문화 체험이나 홈스테이를 다녀온거 빼고는 실제로 살게 되는 경험 자체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해외에 혼자 살게 되는 것도 처음이었다. 사실 기대 보다는 걱정이 조금 더 앞섰고 다른 것보다도 내가 가진 인연들과 멀어지는 게 걱정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 대한 신뢰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연락이 적어지더라도 다시 만나면 또 여전하고... 끈끈한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땐 그랬다. 이 2월부터 오늘이 되기 까지 해왔던 생각들을 줄줄이 나열해보려고 한다. 

 

출장이 가진 특성

출장의 특징은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2시간 비행기 타면 올 수 있는 곳이라 하지만 퇴근을 했음에도 퇴근한 거 같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몇 가지 시도들을 했던 것 같은데, 나한테 도움이 되었던 건 이런 거였다.

  • 파자마를 산다.
  • 디퓨저를 놓는다.
  • 생활과 관련된 물품들을 찾아보고 이것저것 사본다.
  • 요리를 한다.

이 중에서 첫 번째, 두 번째가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단순히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겠는데, 파자마를 입으면 '내가 집에 있구나' 라는게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고, 디퓨저를 놓으면 '내가 집에 왔구나' 라는게 감지가 된다고 할까? 인지한다는 걸 넘어서 몸이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더라. 

도움을 받아들이는 유형

신주쿠 교엔에서 본 2월 벚꽃과 이름 모르는 새

이번에 내가 했던 일은 데이터 분석이 전사적으로 왜 필요하고, 또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피드백하고 가이드하는 역할이었다. 데이터를 경험해보지 않은 조직에게는 (어느정도 강제성을 동반해서라도) 업무 속에서 경험해보도록 유도하고, 또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분석 요소 중 무엇이 더 보충되면 좋겠는지 조언을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기술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레퍼런스도 같이 전달하는 역할도 있었다. 사실 뚜렷하게 정의된 것은 없다.

 

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가 가이드해온 사람들 중 몇 가지 유형이 있었다. 

  • 감사하게 생각해주는 유형
  • 가이드만 따르는 유형 
  • 가이드를 대충 듣는 유형

어떤 유형이 제일 좋은가? 라고 했을 때는 맨 첫번째 유형이 당연히 쉬울 수 밖에 없다. 나와 당신이 일을 같이 잘하려면 결국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태도는 가이드를 받는 사람도 주는 대상도 서로 노력해야 하는 영역이라 본다.

다만 각 유형마다 힘든 점들이 각자 존재한다. 첫 번째의 경우, 내가 주는 피드백의 한계점에 도달하면 '이제 뭘 해줘야 될까?'를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의 경우, 가이드가 없으면 안따르는 건가? 싶고 부차적인 리소스가 생기니 효율을 찾고 고민한다. 세 번째의 경우, 가이드를 짧게 쓸지 길게 쓸지 부터 시작해서 필요한게 뭘까? 광범위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세 번째 유형이 내가 하게 될 행동이 모호해지니 어려운 게 맞는거같다.

이 유형 중 1번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이런 답변을 주신 분도 계셨다. 이 분은 분석에 대한 깊이가 달라지는게 눈으로 보인 분이라 계속 응원을 해드렸던 분인데, 

"정말 감사한데 지금 이 분석은 제가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전에 있던 자료를 따라해서 쓴거에요. 온전히 제 실력으로 한 게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을 주셨다. 회사 옮기고 나서 업무 상에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솔직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답변을 쓸 지 고민하다가, '나'라면 어떻게 답장을 쓸까 하면서 채팅으로 의견을 보냈다.

"아마 참고하신 그 자료도 결국 누군가를 따라해서 만든 자료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누군가를 따라해서라도 성과를 만들려고 하고, 그 결과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조직이 더욱 발전하는 길로 이어지면..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어떤 답변이 더 적절할지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조언을 하는 사람

잠깐 돌아갔던 한국에서, 친한 언니와

 

정말 멋진 분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멋지냐 하면, 같이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이끌어내 준 사람이다. 내 감정을 이해해줬다기 보다는 업무 상에서 겪는 일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긴 기간 동안 봐오신 조직의 특성을 기반으로 요령을 알려 주신 분이다. 한 시간동안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셨다. 그리고, 작게 나마 보답이 되었으면 하여 내가 그 조언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음을 이야기해드렸다. 

 

여기서 '조언' 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본다. 비즈니스 상의 조언은 결국 상대방이 겪는 상황을 조직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 안에서 행위로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닐까? 말의 온도는 상관없이 말이다. 예를 들어 '너는 왜자꾸 그러냐'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건 솔직히 비난에 가깝다고 본다. '겪는 상황이 이런 상황이고, 이런 게 부족한거 같다. 이런 것들을 해서 이런 효과를 얻어라.'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조언을 구하는 입장에서도 상황을 냉철히 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너의 강점을 찾아서 뽐내라' 식의 조언도 그다지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개인의 장기자랑을 하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 프로젝트 매니징 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같이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강점을 뽐내는 일을 한게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장점이 묻어나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매니징=관리자 차원에서 업무를 계속 관찰해오면서 강점을 깨달았던 것인데, 강점을 찾아라! 식의 조언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냥 가야할 때 가는 것

하세 테라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대장금 요약편이 나왔었는데 이 영상의 댓글 중에서 실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를 인용한 게 있었다.
이 대사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연생아, 그냥 가야할 때가 있어. 주어진 상황에 어찌할 도리 없이 그냥 가야할 때.
지금이 그런 때야. 그냥 가야해, 지금은. 그냥 두려움도 버리고 생각도 버리고."

 

아까 "필요한 조언은 따로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대사가 울림이 컸던 이유는 지금 상황에 이 대사가 갖는 의미를 스스로 납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필요한 답이라 생각했다. 그냥 가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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