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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IL]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

by 즤늬 2022. 12. 31.

세명이서 마신 젠틀러커피

머릿말

글을 정제하여 쓰는 것은 항상 어렵다. 지금도 사실 무언가를 실행하면서 느끼고 배운 모든 것들을 정리해두고 싶은데, 이것도 하다보면 상당한 힘이 요구된다. 그 이유는, 글과 그림은 콘텐츠를 보는 대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이 편하게 읽힐까? 그림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전달되었을까? 어쩌면 회고라는 두 글자는 글쓴이가 견디는 압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회피 수단이지 않을까 싶다. 글이 불완전해도 내 생각을 드러내는 연습을 시켜주기 때문.

조율사이자 컨덕터로서

결과는 조율사가 쌓아 온 노력만큼만 나온다. 오늘 최고의 비법을 배웠다고 해도 내일 그대로는 안 된다.
ㅡ조율의 시간, 이종열

2022년은 중간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한 해였다. 회사에서는 전사와 거래처의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부딪히면서 성장해 온 시기이다. 리더와 팀원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계속 하다가 리더라는 명목이 없이도 리딩을 하는 PM이 되기도 했다. 이런게 빠르게 가능했던 이유는 어쨌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고, 말을 많이 하는 성향이 아니라 주변의 말을 정리하고 듣는 성향이 강해서이지 않나 싶다. 나는 사실 살아오면서 말을 잘 푸는 능력과 침착하게 가장 뾰족한 혜안을 내놓는 사람들을 늘 부러워 했었다. 프로젝트성으로 무언가를 할 때 그런 성향을 가지는 사람이 가지는 말 한마디의 임팩트가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말을 잘 듣고 정리해서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나의 성향이 가지는 강점도 프로젝트에 필요한 임팩트가 아닐까 싶다. 매순간 일어나는 돌발 상황을 탐지하고 빠르게 결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풀면 됩니다

어려운 순간에 팀장님이 해주신 말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서 금방 풀리는 문제들은 내 안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잘 안풀리면 불안해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누구나 문제가 생겼던 것을 과거에 말할 때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발생 당시 그 문제와 타협하는 과정 동안은 과연 어느 정도의 사람이 본인을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말할 수 있을까? 하나의 프로젝트는 완료될 때까지 A부터 Z까지 정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말은 어쨌든 문제는 풀면 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해결하지? 가 아니라 문제는 내 판단 여하에 따라 풀린다는 그 생각의 전제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건 풀 수 있다는 확신이다. 무언가를 리딩한다는 것은, 이토록 타협하는 과정이 누적되고 누적된 끝에 내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건 그림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다. 그림 그릴때 가장 두려운 것은 백지 상태의 도화지이다.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쌓기 위해 스케치를 하고 선과 면을 덧대고 마지막엔 컬러를 고민한다. 이 경험이 몇 천번 누적되면 내가 그림을 완성시킬수 있다는 확신이 조금이나마 생긴다. 그림이든 프로젝트든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구나 싶다. 

일을 잘하는 사람

이해관계 조율이란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사람 마음만큼 내가 컨트롤하기 어려운건 없는 것 같다. 모든 멤버를 케어하면서 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그 노력은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더 많다. 잔인하지만 이게 어쩌면 1열에서 총대를 맨 자의 비운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동료와의 화합과 협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내가 받는 심적 데미지는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걸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은 어쩔 수 없는 부분과 어쩔 수 있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문제 해결을 원하는 사람은 보통 어쩔 수 없는 부분까지 해결해서 통제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어쩔수 없음을 알고 절망한다. 이걸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문제 해결자가 어쩔수 없는 부분들을 미리 인정하고, 어쩔 수 있는 쪽에서 최선의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해결하면 되고, 오해는 풀면 되지만 타인의 감정까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으로 규정된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이지 않을까 한다. 그럴 땐 일단 일을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해야겠다 다짐하게 됐다. 내 강점이 닿는 곳까지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면 나는 인격체가 나뉘어 조각조각 분산될 것이다. 

생각을 다듬는 연습

올해는 기존의 경험과 시야가 좁았던 만큼 폭넓은 인사이트를 가진 분들께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릴 때부터 인복 하나는 타고 나서인지 모두 나의 관점을 헤아려주시고 끊임없이 조언을 주셨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답을 분명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 이건 사실 2023년이 아니라 이후 10년 간 내가 해나가고 싶은 일이다. 그저 그런 삶이 아니라 내 인생을 하나로 요약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구축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생각들을 계속 조각하듯이 다듬고 깎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끝맺음

출처 : 셜록현준 유튜브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일까? 이 상황에서 분석가로서 PM으로서 두 가지 역할을 경험해본 내가 과연 객관적이라 판단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차츰 흘렀을 때 몇년 치 경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면 그때는 데이터 분석가로서의 객관성과 PM의 주관성이 적당히 타협을 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자기만의 관점을 구축하는 일, 그리고 내 안의 논리와 타협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 상황에서도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꼭 잊지 않고 싶다.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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